제목김훈 장편소설 남한한성2007-06-22 15:4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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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, 나는 세계악에 짓밟히는 내 약소한 조국의 운명 앞에 무참하였다. 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,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,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.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고,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, 살아 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다 받아 내지 못할진대, 땅 위로 뻗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. 신생의 길은 죽음 속으로 뻗어 있었다. 임금은 서문으로 나와서 삼전도에서 투항했다. 길은 땅 위로 뻗어 있으므로 나는 삼전도로 가는 임금의 발걸음을 연민하지 않는다.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어서 글 읽는자들은 갇힌 성 안에서 싸우고 또 싸웠고, 말들이 창궐해서 주린성에 넘쳤다. 나는 아무편도 아니다.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. 성 아래로 강물이 흘러와 성은 세계로 닿아 있었고, 모든 봄들은 새로웠다. 슬픔이 나를 옥죄는 동안, 서둘러 작은 이야기를 지어서 내 조국의 성에 바친다. 2007년 4월 작가 김훈은 쓰다. 이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. 한 나라이든, 단체이든 내부의 단결만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....